· 최종 수정 2026.10.23
매출 0원 신설법인도 벤처인증을 받을 수 있을까?
목차
벤처기업확인을 알아보다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있습니다. "매출이 없으면 안 된다."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는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갈래에서는 매출이 애초에 판단 기준이 아니고, 어떤 갈래에서는 매출이 없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자리를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문제가 됩니다.
이 글은 "된다/안 된다"를 한 줄로 답하지 않습니다. 대신 매출 0원이 어느 지점에서 걸리고 어느 지점에서는 안 걸리는지를 나눠 봅니다.
먼저, "매출 0원"이 한 가지 상태가 아니다
"매출이 없다"는 말에는 대개 네 가지 상태가 섞여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팔지 않은 회사, 계약은 맺었는데 아직 대금을 받지 못한 회사, 용역이나 수주는 있었지만 하려는 사업과 무관한 회사, 그리고 매출은 났지만 결산이 끝나지 않아 서류상으로만 0인 회사입니다.
이 넷은 서류상 같은 숫자로 보여도 설명해야 하는 내용이 완전히 다릅니다. 계약이 있는 회사는 그 계약이 근거가 되고, 결산 전인 회사는 시점이 문제일 뿐입니다. 반대로 무관한 용역만 있었던 회사는 매출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설명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매출이 없어서 안 되나요"라는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회사가 이 넷 중 어디인지부터 정해야 답이 나옵니다.
매출이 기준이 아닌 갈래가 있다
벤처기업확인은 유형을 먼저 고르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네 갈래마다 보는 기준이 다릅니다.
벤처투자유형은 외부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판단의 중심입니다. 투자자가 이미 한 번 판단을 내렸다고 보는 구조라, 회사가 매출로 자기를 증명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즉 이 갈래에서 매출 0원은 그 자체로 결격 사유가 아닙니다.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이 매출 설명을 대신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예비벤처유형이라는 네 번째 갈래도 있습니다. 법인이나 개인사업자 등록을 준비 중이라면 예비벤처유형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매출이 없으면 설명이 늘어나는 갈래
문제가 되는 쪽은 나머지 둘입니다. 다만 자격 문제라기보다 설명 부담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혁신성장유형은 회사가 가진 기술과 사업성을 평가기관이 직접 들여다봅니다. 매출은 그 사업성을 보여주는 여러 근거 중 하나이고, 유일한 근거는 아닙니다. 매출이 있으면 "이미 팔리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끝날 것을, 매출이 없으면 왜 팔릴 것인지를 회사가 직접 설명해야 합니다. 준비할 것이 늘어날 뿐, 자격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연구개발유형은 연구개발 활동과 그에 쓴 비용을 중심으로 봅니다. 여기서는 매출보다 연구개발 조직을 갖추고 있는가가 먼저 걸립니다.
그리고 매출이 없는 회사에게 중요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 유형에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율을 보는 항목이 있는데, 창업 3년 미만인 회사에는 그 항목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출이 0원이면 비율 자체를 계산할 수 없는데, 그 때문에 자동으로 탈락하는 구조는 아닙니다.
창업 초기이면서 연구개발 조직을 갖춘 회사라면 매출이 없는 것이 이 갈래에서 결정적인 약점이 되지 않습니다. 다만 두 조건은 따로 걸립니다. 창업 3년이 아직 남아 있어도 연구개발 조직을 등록해 둔 적이 없다면 이 갈래는 열리지 않고, 조직을 갖췄더라도 3년을 넘겼다면 이번에는 비율 쪽이 다시 걸립니다.
매출 0원이 진짜로 불리해지는 경우
그럼에도 실제로 어려워지는 상황이 있습니다. 매출이 없다는 사실보다 다른 것들까지 함께 없을 때입니다.
매출도 없고, 개발 인력도 없고, 특허나 시제품처럼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보여줄 것도 없는 상태라면 평가기관이 읽을 수 있는 재료가 남지 않습니다. 이건 어느 유형으로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대로 매출은 0원이지만 개발이 진행 중이고, 그 결과물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 있으며, 하려는 사업과도 이어져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평가에서 보는 것은 "돈을 얼마나 벌었나"보다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매출이 없으니 사업계획서를 더 크게 쓰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없는 것을 크게 쓰면 현장조사에서 드러납니다. 서류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일을 제대로 보이게 하는 데까지입니다. 매출이 없는 회사일수록 이 선이 중요해집니다. 검증할 결과가 없으니 서류와 실제의 거리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순서가 중요하다
매출이 없는 회사일수록 유형을 먼저 정하는 일이 결정적입니다.
매출이 있는 회사는 어느 갈래로 가도 그 매출이 근거로 쓰입니다. 그런데 매출이 없으면 갈래마다 요구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투자 이력을 근거로 갈 것인지, 연구개발 조직을 근거로 갈 것인지, 기술과 사업성을 설명해서 갈 것인지에 따라 준비할 서류가 통째로 바뀝니다.
순서를 뒤집어 서류부터 모으면, 그 서류가 어느 유형에도 딱 맞지 않는 애매한 묶음이 되기 쉽습니다. 매출이라는 공통 근거가 없는 회사에서는 이 실수의 대가가 더 큽니다.
참고로 확인을 받으면 유효기간은 3년입니다. 지금 받는 것이 나은지, 조건을 조금 더 갖춘 뒤에 받는 것이 나은지도 함께 볼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매출 0원은 그 자체로 결격이 아닙니다. 투자를 받았다면 매출은 애초에 기준이 아니고, 연구개발 조직이 있다면 그쪽이 근거가 됩니다. 둘 다 아니라면 기술과 사업성을 설명하는 쪽으로 가고, 아직 사업자등록 전이라면 예비벤처유형이라는 갈래도 있습니다.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시작도 하기 전에 접는 것이 가장 아까운 경우입니다. 실제로는 매출보다 다른 갈래로 갈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걸리는 경우가 많고, 그건 준비하면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다만 실제 상담에서는 "매출이 없다"보다 "매출도 없고 무엇을 근거로 삼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그럴 때 먼저 찾아야 할 것은 매출 대신 그 자리를 채울 근거입니다. 맺어둔 계약서, 진행 중인 개발의 결과물, 시제품, 특허. 이 중에 남아 있는 것이 하나라도 있으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매출 자리를 무엇으로 채워서 어느 유형까지 갈 수 있는지는 상담에서 함께 찾아 봅니다.
"매출 0원"이라고 쓰기 전에 넷 중 어디인지를 먼저 적어 보십시오. 아직 아무것도 팔지 않았는지, 계약은 있고 대금만 안 들어왔는지, 하려는 사업과 무관한 용역이 있었는지, 결산이 안 끝나 서류상으로만 0인지. 같은 0원이라도 설명해야 할 내용은 여기서부터 완전히 달라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 법인을 세운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신청할 수 있나요?
- 설립 직후에 신청하는 것 자체를 막는 규정은 없습니다. 다만 회사가 아직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시점이라면, 유형별로 요구되는 자료를 만들 수 있는 상태인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신청 시점을 며칠 앞당기는 것보다 준비가 되는 시점을 고르는 편이 낫습니다.
- 매출이 조금 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 중 어느 쪽이 유리한가요?
- 금액의 크고 작음보다, 그 매출이 회사가 하려는 사업과 이어지는지를 봅니다. 사업과 무관한 용역 매출이 조금 있는 것보다, 매출은 없어도 하려는 일이 분명한 편이 설명하기 쉬운 경우가 있습니다.
- 매출이 없으면 현장조사에서는 무엇을 보나요?
- 현장조사에서 무엇을 보는지는 배정된 평가기관과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매출이라는 결과가 없는 회사일수록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고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회사가 직접 보여주게 됩니다.